“집에 가?”
그는 그녀를 돌아보았다. 부스스한 머리. 여드름 투성이 얼굴. 거북이 등처럼 보일 정도로 책을 구겨 넣은 커다란 책가방. 손에 든 알 수 없는 책. 만화부원 답다면 만화부원다운 그의 모습이었다.
“응.”
“잘됐네.”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되도록 자연스러워 보이도록 신경쓰며, 나란히 보조를 맞췄다.
오늘 같은 중간고사가 아니라면, 야자 빼먹기를 일상으로 아는 그와 함께 하교하는 일은 불가능했다.
“무슨 책이야?”
“판타지.”
누가 판타지인걸 몰라서 묻는다고 생각하는 걸까.
애초에 그가 보는 책은 두 가지다. 판타지와 만화책. 교과서는 이미 오래전에 베개의 영역으로 넘어가 버린 듯 하니 논외.
최근에 라이트노벨인지 뭔지 하는 것도 보기 시작한 것 같지만 일단 판타지의 영역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재밋어?”
“그럭저럭.”
아, 네. 그러시군요. 그녀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유치원생들이 치는 배드민턴도 이거보단 길게 이어지겠네.
아직 쪽지시험 영단어도 다 못 외웠는데, 난 대체 왜 학원까지 가는 길을 이렇게 멀리 돌아서 가고 있는 건지.
하지만 이쯤되면 오기라도 좋으니 뭔가 그와 대화를 주고 받을 수 있을만한 주제를 찾아내고 싶어졌다.
좋아, 직구 승부!
“저기...어젯 밤에 했던 엑스 파일 봤어?”
“아니.”
파울. 거기에 덧붙인 그의 한마디는 그녀의 의욕을 완전히 꺾어놓기에 충분했다.
“그런 거 볼 시간 없어.”
아...그래...그러시군요... 그녀는 되도록 자연스러워 보이도록 노력하며 발걸음을 돌렸다.
학원이나 가자. 영단어나 외워야지.
지금까지의 길을 되짚어 올라가던 그녀는, 문득 발을 멈추고 점점 멀어져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커다란 책가방이 혼자 걸어가고 있는 것 같은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지금 두 사람의 거리만큼이나 마음의 거리가 멀게만 느껴졌다.
그와 그녀가 연인이 되는 것은 그로부터 조금 먼 미래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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